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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쌍둥이처럼 닮은 페라리

페라리가 최초의 쿠페와 스파이더 페어링 모델인 275 GTB와 275 GTS를 선보인 것은 ‘돌체 비타(dolce vita, 달콤한 인생)’의 시대로 불리는 1960년대였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 날 로마와 로마 스파이더로 이어지고 있다.
글: 크리스 리스(Chris Rees)

페라리 로마 스파이더(Ferrari Roma Spider)는 길쭉하게 뻗은 라인이 특징인 프론트 엔진 쌍둥이 모델(컨버터블과 쿠페) 중 최신작이다. 페라리는 고정식 루프와 소프트톱 모델을 늘 생산해 왔지만 쌍둥이 모델로 고정식 루프 및 소프트톱 차량을 생산한 것은 1964년부터다.

1960년대는 낙관주의와 우아함이 정점을 이룬 ‘돌체 비타(dolce vita, 달콤한 인생)’의 시기였다. 당시 많은 페라리 차량들은 세련미, 성능, 편안함 그리고 우아함까지 결합해 페라리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됐다. 로마 스파이더가 담아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돌체 비타’ 정신이다.

여기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330 GTC에 이어 1966년 10월 같은 해 파리 모터쇼에서 스파이더 모델이 공개되었다.

페라리 최초의 쿠페-스파이더 쌍둥이 모델은 1964년 파리 오토 살롱에서 선보인 275 GTB와 275 GTS다. 두 모델은 2,400mm의 휠베이스와 후면 장착 기어박스, 탁월한 핸들링을 제공하는 전후륜 독립식 서스펜션을 똑같이 적용했다.

쿠페와 스파이더는 쌍둥이지만 너무나 다른 스타일과 특성을 지녔다. 275 GTB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베를리네타로 꼽히는 250 GT 루쏘를 대체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피닌파리나가 새롭게 디자인한 275 GTB는 250 GT 루쏘 못지 않은 멋진 디자인으로 태어났다. 특히, 더 긴 노즈와 엔진에 4개의 캠을 장착한 275 GTB4로 진화하며 이 모델은 더욱 강력해졌다.

275 GTS 디자인도 피닌파리나가 담당했지만, 스파이더 버전을 위한 완전 다른 스타일을 창조해냈다. 275 GTB에 비해 더욱 부드럽고 절제된 라인은 250 GT 캘리포니아를 연상케 한다.

전설적인 쿠페 사촌만큼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365 GTS4 데이토나는 매우 인기있고 스타일리시한 모델이다.

페라리는 1966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새로운 쿠페330 GTC와 스파이더 모델인330 GTS를 선보였다. 330 GTC는 275 GTB와 길이가 더 긴 휠베이스를 가진330 2+2의 중간쯤에 해당됐다. 330 GTC와 330 GTS 는 동일한 4.0리터 V12 엔진을 탑재했다.

330 GTC 스파이더 버전은 330 GTC와 기계적으로 동일하며, 시트 뒤로 접히는 패브릭 루프만 제외하면 형태상으로도 일치한다.

330 GTC 쿠페는 1968년 365 GTC로 대체되었다. 이전 모델과 비교해 365 GTC가 가진 가장 큰 차이점은 엔진 베이 공기 배출구가 측면(flank)에서 보닛으로 이동해, 더 많은 유연성과 강력한 가속을 제공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한편, 330 GTS도 365 GTS로 대체되었으며, 365 GTC와 동일한 혁신 기술을 탑재했다.

영화 배우이자 코메디의 아이콘인 피터 셀러스(Peter Sellers)가 자신의 275 GTB를 자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275 GTB는 후에 페라리 라인업에 275 GTS로서 합류했다.

1968년 파리 오토 살롱에서 페라리가 275 GTB4를 대체하는 신규 모델인 365 GTB4를 선보이면서 페라리의 도약과 발전은 많은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전 모델의 성공적인 테마 즉, 뒤로 밀려난 캐빈과 긴 보닛, 샤크노즈 등이 새로운 스타일로 진화하면서, 365 GTB4는 다시 한 번 페라리의 ‘완벽한 디자인 작품’으로 널리 평가 받았다. 이후 365 GTB4는 직전 해 열린 24시 데이토나에서 페라리가 1-2-3피니시를 달성한 것을 기념해 '데이토나'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1969년에는 '데이토나'의 스파이더 버전인 365 GTS4가 출시됐다. 루프만 빼고 동일한 형태의 365 GTS4는 접이식 패브릭 루프를 탑재했다. 이 모델은 태양빛을 즐기는 미국의 새로운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1973년까지 스파이더는 단 122대만 생산돼 희귀한 차량으로 남게 됐다.

이후 프론트-엔진 쿠페와 컨버터블 풀 프로덕션 모델이 결합한 모델이 페라리에서 나온 건 45년이나 지나서였다. 2017년 초고성능 V12 베를리네타인 812 슈퍼패스트에 이어 2019년에는 접이식 하드톱이 장착된 최초의 V12 페라리인 812 GTS가 출시됐다.

2017년의 화려한 812 슈퍼패스트는 슈퍼카의 스파이더 진화로 똑같이 강력한 812 컴페티치오네 A로 보완되었다.

이후 레이싱 영혼을 가진 극단적인 모델인 스페치알레 버전이 공개됐다. 강력하고 멋진 812 컴페티치오네와 812 컴페티치오네 A였다. 812 컴페티치오네의 하이라이트는 특허를 받은 단일 알루미늄 리어 ‘스크린’이다. 한편, 타르가 루프 812 컴페티치오네 A는 다른 접근방식을 취했다. 쿠페의 리어 스크린을 장착하고, 드래그를 감소시키기 위한 ‘브리지’로서 보텍스 제너레이터를 적용했다.

오늘날, 페라리 쿠페와 스파이더 '쌍둥이'는 한 단계 더 진화했다. 로마와 로마 스파이더는 '라 돌체 비타'의 새로운 구현 방식이다. 이 쌍둥이 모델은 각각 다른 영혼과 감성을 지녔지만, 동일한 하나의 기원에서 비롯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