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
하이퍼세일을 날게 하는 힘
페라리 하이퍼세일(Ferrari Hypersail)이 진수를 앞두고 있다. 이제 ‘플라잉 보트’로서 해양 레이싱 기록을 새로이 써내려 갈 준비를 마친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내구 레이스 정신은 속도 그 이상을 추구한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페라리 자동차의 기술과 과학적 노하우를 하이퍼세일에 접목하고, 반대로 하이퍼세일의 혁신을 자동차에 반영하는 상호 기술 이전에 있다.
페라리 자동차가 고속에서도 노면에 밀착한 상태로 주행할 수 있는 핵심 요소는 바로 공기역학이다. 특히 최신 모델에 적용된 능동형 공기역학 기술은 비행기가 이륙하는 원리와 유사하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공기역학적 기술과 그 동력이 되는 혁신이 어떻게 유체역학으로 적용되어 풀-포일링(full-foiling, 포일(수중 날개)를 이용해 선체 전체를 수면 위로 완전히 띄어 항해하는 기술) 하이퍼세일을 수면 위로 띄우고 바다 위를 활강하게 되는 지 살펴본다.
“이 보트는 모든 면에서 완전히 혁신적입니다. 거의 개발 플랫폼에 가깝다고 할 수 있죠.” 완성 후 보트의 키를 잡게 될 하이퍼세일 팀 총괄 지오바니 솔디니(Giovanni Soldini)가 말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역사상 최초로 모노헐(monohull, 단일 선체 구조) 보트의 킬(keel, 선체 바닥에 부착되어 균형을 잡는 장치)에 포일(foil, 고속 주행 시 선체를 수면 위로 띄우는 수중 날개)를 장착했다는 것입니다. 이 구조를 통해 보트는 중심부의 두 지점과 선미의 러더(rudder, 방향을 조정하는 조타 장치) 위에 떠 있는 형태로 항해할 수 있어, 종방향으로 안정적인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이 프로젝트의 묘미는 마치 종이 비행기가 상승기류를 타고 솟구치듯, 하이퍼세일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경이로운 순간일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유체역학의 원리가 작용한다. “포일은 선체를 물 위로 들어올리는 핵심 부품 중 하나로, 그 크기는 이전에 시도된 그 어떤 것보다도 거대합니다.” 페라리 하이퍼세일 유체역학 매니저 파나이오티스 ‘벤’ 아가탄젤루(Panayiotis “Ben” Agathangelou)가 말했다.
유체역학 기술을 이용해 하이퍼세일이 어떻게 물 위로 뜨는지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비행기가 이륙할 수 있는 것은 공기가 날개에 작용하는 매개체가 되어 압력 차이를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날개 면적 덕분에 300톤에 달하는 항공기가 하늘로 떠오를 수 있는 것이죠. 물 또한 공기와 유사한 특성을 가집니다.” 아가탄젤루가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12년 전 페라리 포뮬러 원 팀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따라서 비행기 날개 형태의 구조물을 물속에서 움직이면, 그 날개를 들어올리는 압력이 발생합니다. 이 수중 날개가 선체에 연결되어 있다면, 결국 선체 전체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는 것이죠.”
이 프로젝트의 성공은 가장 소중한 자원인 사람에게 달려있다. 최고의 팀을 꾸리는 것이 프로젝트 성공의 핵심이었고, 그 중심에는 페라리 하이퍼세일의 수석 설계자 기욤 베르디에(Guillaume Verdier)가 있다. 그의 비전이 프로젝트를 현실로 만들었다. “우리가 마주할 가장 큰 도전은 납으로 만든 킬을 이용해 선체를 수면 위로 띄우는 것입니다.” 베르디에가 말했다. 날아야 할 보트에 납을 쓴다는 것, 다소 의아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가장 이상한 아이디어가 최고의 해답이 되기도 한다. 베르디에는 수면 위로 떠올라야 하는 보트에 납 킬을 장착하는 것이 직관에 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명쾌한 논리가 숨어있다. 이 납 킬은 비행(포일링)을 하다가 정지할 때 선체의 균형을 완벽하게 잡아주어, 전복되는 것을 막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기욤은 정말 천재예요. 항상 ‘틀을 깨는’ 아이디어를 제시하죠.” 솔디니가 말했다. “어떤 해결책이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바로 그의 가장 특별한 재능 중 하나입니다.”
결론적으로, 하이퍼세일은 그 이름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베르디에의 설명처럼 말이다. “지금까지 해양 레이싱 머신에 이 정도 수준의 기술이 적용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완전히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