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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V12

포르투갈에서 펼쳐진 12칠린드리의 첫 드라이브
글: 제이슨 발로우(Jason Barlow)

12기통 엔진을 탑재한 페라리만큼 감성을 자극하는 것은 드물다. 다만, 여기에 지붕을 열 수 있는 즐거움까지 더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는 지금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 근교에 위치한 해안 도시, 카스카이스에 와 있다.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거대한 파도와 최고의 서핑 명소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험난한 도로가 즐비한 곳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따뜻한 겨울 햇살이 반겨주고 있다.

영상에서 12칠린드리 스파이더의 역동적인 주행을 직접 확인하세요

그 이름이 증명하듯, 12칠린드리 스파이더는 페라리 초기 시절의 유서깊은 계보를 잇는 최신작으로 이 시대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향수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외 모든 면에서 이 차량은 짜릿할 정도로 진보적이다. 시각적으로도 경이롭다. 하나의 패널로 이루어진 보닛과 프론트 펜더(일명 ‘코판고’)는 이음새나 불필요한 장식 없이 매끈하게 설계되었으며, 동시에 1960년대 후반의 365 GTB4를 매우 세련된 방식으로 떠올리게 한다. 헤드라이트는 길게 뻗은 밴드에서 마치 칼날처럼 솟아오르고, 이러한 미니멀한 디자인 요소는 후면에서도 동일하게 반영된다. 센트로 스틸레(페라리 디자인 센터)는 페라리의 뛰어난 엔지니어링과 공기역학적 요구 사항을 완벽하게 반영하는 방법을 찾아냈으며, 동시에 예술, 건축, 항공 산업에서도 영감을 얻었다.

스파이더 모델의 시그니처는 접이식 하드톱으로, 이는 12칠린드리 스파이더만의 독창적인 미학을 완성한다. 각 좌석 뒤쪽의 ‘핀(fins)’은 강렬한 시각적 포인트를 제공하며, 루프 메커니즘을 수용하기 위해 동시에 위로 움직인다. 이 루프는 시속 45km까지 주행 중에도 14초 만에 완전히 접을 수 있다. 또한, 핀 상단에 장착된 정교한 공기역학 장치는 루프를 접었을 때 차량 후면의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조정하고, 실내의 난류를 줄여 더욱 쾌적한 주행 환경을 제공한다.

단 14초 만에 접히는 루프, 830 마력을 발휘하는 V12 엔진... 12칠린드리 스파이더가 모든 감각을 깨운다.

이 차량은 극도로 효율적이다. 이 머신의 심장은 6.5리터 V12 엔진으로, 새롭게 강화되어 9250rpm에서 830cv를 발휘하며, 그 이상까지도 회전할 수 있다. 점점 더 엄격해지는 규제로 인해 배기음이 다소 억제되었지만, 여전히 운전하는 순간만큼이나 듣는 것 자체로도 숨이 멎을 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스티어링은 직관적이고 정밀하며, 브레이크-바이-와이어 시스템은 최상의 피드백을 제공하도록 완벽하게 조율되었다. 또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자랑하는데,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2.95초 만에 도달하고, 최고 속도는 약 340km/h에 달한다.

그 외에도, 12칠린드리 스파이더는 페라리가 하드웨어와 최신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정교하게 조화시키는지를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ATS(Aspirated Torque Shaping, 자연흡기 토크 쉐이핑) 기술은 3단과 4단 기어에서 토크 곡선을 조정하여 중속 영역에서 더욱 강렬한 가속감을 제공한다. 페라리의 사이드 슬립 컨트롤(Side Slip Control)은 이제 8.0 버전으로 진화했으며, 트랙션 컨트롤, 복합 센서 시스템, 그리고 가상 쇼트 휠베이스 3.0 (Virtual Short Wheelbase 3.0) 기술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놀라운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이 모든 요소가 결합되어 차량 크기를 뛰어넘는 균형감과 안정감을 제공하고, 한계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의 생동감 있는 핸들링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액티브 리어 액슬이 적용되어 요(Yaw) 움직임을 제어하고 민첩성을 극대화했는데, 이는 과거 F12tdf와 812 컴페티치오네에서 선보였던 시스템을 한층 더 발전시킨 기술이다.

포르투갈 25 데 아브릴 다리 아래, 타구스 강변을 달리는 12칠린드리 스파이더

12칠린드리 스파이더는 전통적인 의미의 GT로, 편안함과 장거리 주행의 실용성에 그 어느 때보다 중점을 둔 모델이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추가 기어를 탑재해 고속도로 주행 시 더욱 여유로운 주행감을 제공하며, 개선된 인테리어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가 이러한 감각을 한층 강화한다. 쿠페 모델에서도 감각적인 드라이빙 경험을 선사하지만, 스파이더 모델에서는 루프를 열었을 때 또 다른 차원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포르투갈 리비에라에서는 이 차가 선사하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굳이 운전할 필요조차 없다.